[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학원은 인간관계가 생명이다. ‘정’ 때문에 마음 다치기 쉬운 사업이다. 원장은 강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꼬인 매듭을 푸는 것도, 잘라야 하는 것도, 이어야 하는 것도 원장 몫이다. 밖으로는 건물주, 경쟁 학원, 프랜차이즈 본사, 관공서 직원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학원 창업 초기, 전단지를 접고 붙이고 청소하느라, 손은 20대 아가씨의 것이 아니었다. 손가락마다 반창고가 칭칭 감겨 있었다. 학부모가 손을 힐긋힐긋 쳐다보면 얼굴은 잘 익은 토마토가 되었다. 그럴 때마다 아토피가 있다고 둘러댔다. 학생에게 시선 고정하기, 영어 실력 올려놓기, 먼지 하나 없는 교실 만들기. 이 세 가지는 세상 누구보다 자신 있었다.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에 몰입했다. 지속했다. 성장이 따라왔다.

5년, 10년 세월이 흘러갔다. 손에는 반창고 대신 화려한 네일아트를, 대걸레 대신 값비싼 차키를 쥐게 되었다. 이상한 일이 생겼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손에 잡히지 않았고, 눈에 보이지 않았다. 정체와 무기력이었다. 그때 알았다. 나를 움직이게 한 것은 결핍과 절실함이라는 걸. 부족하니 채우고 싶었고, 간절하니 찾아 헤맸다. 나라는 사람은 그래야만 신이 났다. 그게 나였다.

“학생 모두에게 정성을 다하겠다는 마음. 학부모가 준 교육비보다는 더 돌려주겠다는 다짐. 그리고 청소.”

학원을 경영할 때 세 가지는 놓치지 않았다. 학원 경영과 교육의 철학이 되었다. 그것을 담아 학원 일상에서 부딪히는 갖가지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초보 원장일 때 경력이 많은 원장을 보면 특별한 노하우가 있을 줄 알았다. 21년을 지나왔다. 비법은 없었다. 다 알고 있을 만한 것을 행동으로 옮기느냐 아니냐의 차이였다. 필자가 지나왔던 여행 흔적이 예비 창업자와 초보 경영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책 『잘되는 학원 다 이유가 있다(대경북스, 2021)』은 이론이 아니다. 실전이다!

필자는 ‘모두가 행복한 학원’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필자부터 바뀌기로 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나에겐 잘못이 없었을까’를 먼저 생각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갖춰 대비책을 세웠다. 남 탓할 때는 답이 나오지 않더니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자 원하는 학원 모습에 바짝 다가섰다. 이런 변화 과정을 책에 담았다.

잘되는 학원을 만들기 위해, 실패도 시행착오도 피할 수 없다. 무엇이든 직접 경험해 봐야 뼈저리게 느끼고 개선해 나갈 수 있으니. 하지만 학원을 경영하는 많은 분들이 불면증을 야기하는 일들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런 이야기를 주로 썼다.

올해로 22년 차. 아직 배울 것도 가르쳐주고 싶은 것도 많다. 초보 경영인 시절에는 앞만 보고 전력 질주했다. 의지대로 안 되는 상황을 겪은 순간부터 고개가 숙여졌다. 그리고 좌우와 뒤를 살피고, 멈출 줄 아는 지혜가 생겼다. 학원 경영, 이제 훨씬 더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학생과 학부모, 선생님과 원장, 이 모두가 행복한 학원을 위하여!

[사진출처=대경북스]
[사진출처=대경북스]

<책 속으로>

“일이 터졌다. 마스크 제대로 쓰라는 선생님에게 아이가 욕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 핸드폰 번호는 일체 공개하지 않았는데 비대면 수업을 하면서 알게 되었나 보다. ‘잘못 보낸 거겠지? 친구한테 보내려 했던 게 아닐까? 설마 선생님한테….’ 믿기지 않았다. 아니, 알면서 믿고 싶지 않았다. 수화기를 들었다. 어머니 역시 욕 문자를 보냈다는 것에 말을 잇지 못했다. 늦둥이라 엄하게 교육시키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10분 통화했다. 며칠 지나 길에서 마주쳤다. 어머니는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지나갔다. 나를 피하는 분, 한 분 더 늘었다. 10여 년 웃으며 지내던 관계였는데…. 심장이 딱딱했으면 좋겠다.”(p.16)

“지렁이도 밞으면 꿈틀한다. 부당하게 걷어간 관리비, 수리비, 청소비와 주차 문제 이야기도 하면서 나가고 싶다는 뜻을 강력히 전했다. 월세 30만 원 낮춰 주겠다고 했다. 월세 190만 원, 관리비 50만 원을 제 날짜에 꼬박꼬박 내는 세입자를 놓치고 싶지 않았겠지. 내가 원하는 조건으로 재계약을 했다. 그 기간 동안은 아무런 간섭이 없었다. ‘같은 사람이 맞아? 이렇게 바뀔 사람이었어? 부당한 요구, 처음부터 거절했더라면! 건물주를 보며 깨달았다. 강한 자에게 마냥 약한 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러면 계속 약자로 살아가야 한다. 강자에게 맞서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의무는 먼저 하자! 그리고 내 권리를 찾고 건물주도 내 편으로 만들자.” (p.39)

“교육비에 ‘가성비’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지만, 가성비 탁월한 학원이다. 내가 택한 교육비 전략은 불필요한 고정 지출을 최대한 줄여 합리적인 교육비를 제공하고 내 목표 수입도 유지하는 것이다. 사교육비에 민감하다고 하지만 학부모는 교육비가 싸다고 학원을 선택하진 않는다. 우리 학원이 오랜 기간 신뢰를 얻은 이유는 합리적인 교육비와 더불어 학생관리가 철저하고 실력을 올려주었기 때문이다.”(p.75)

“학원 경영에서 돈 공부가 필요한 부분은 어디일까. 지출 줄이기, 교육비 수납, 세무 신고, 월세·관리비, 공과금, 급여 등이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금융·경제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실전 연습을 하며 돈 경영 감각을 더 탄탄히 익히고 있다.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원장의 탁월한 돈 관리 능력은 학원을 지키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p.208)

한편 이 책 『잘되는 학원 다 이유가 있다』의 저자 김위아는 22년 차, 학원 키우는 CEO다. 모험을 즐긴다. 가만히 있으면 병난다. 잔머리를 잘 굴리지만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독하게 한다. 사업과 공부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학원 경영은 천직이다.

중학교 때부터 장래 희망이 영어학원 창업이었다. 대학 졸업 무렵 교습소를 시작으로 현재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영어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짧지 않은 세월만큼이나 많이 넘어졌다. 학원인으로 오래도록 남고 싶어 다시 일어섰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무기삼아 시스템을 완성하며, 학원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잘되는 학원’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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