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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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김이율 칼럼니스트] 살다보면 내 뜻과 상관없이 사랑하는 이와 작별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내 일상과 인생 옆에서 늘 가까이 있었던 이를 떠나보내야 할 순간이 있다.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도 건네지 못해 두고두고 미안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쩔쩔매며 후회할 일이 있다. 그럴 때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견뎌내야 하고 어떠한 자세를 취해야 할까 참으로 당황스럽다. 이런 상황을 평소 연습했다면 조금 태연하게 보낼 수 있었을까. 아니, 아무리 연습한다고 해도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의 겹은 층층 쌓일 것이다.

시계를 본다. 서둘러 달려가 간신히 고속버스에 올라탄다.

고속버스는 열심히 달렸고 정오가 될 즈음, 군산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첫 군산이 여행지가 아니라 장례식장이라니 괜스레 군산에게 미안하다. 장례식장은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깊은 눈물과 소소한 웃음이 공존한다. 끝이란 늘 그렇다. 더 이상 없을 것 같지만 항상 그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 그 진리를 알기에 우리는 조금의 웃음을 서로 허락한다.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이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허기진 배를 육개장으로 채운다. 상주와 소주 한 잔을 나눈다. 이로써 오늘의 과업은 마침표를 찍는다.

장례식장 근처에 있는 옛 철길 위에 서서 하늘을 본다. 생과 사, 그 간격을 걸으며 우리의 인연 혹은 사랑을 생각해본다. 만남과 헤어짐, 그 중간에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가 마지막 선에 서면 감정은 용광로처럼 들끓기 시작한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고 마지막 길을 보냈을 때도 그랬다. 참으로 뜨거웠고 참으로 고요했고 다시 참으로 뜨거웠다. 이제 그 뜨거움이 서서히 식어가고 그 존재가 희미해지지만 그래도 여전히 먼저 간 자는 오래 남고 남겨진 자는 잠시 산다.

하자 많은 나날이지만 함부로 하차할 수 없는 인생이기에, 다시 서울로 가야겠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 집으로 가는 길, 버스는 타지 않으련다. 이런 날이면 하차벨도 무섭다. 그래, 달려보자 택시. 바람이 차갑다. 꽃향이 날아든다. 그대, 잘 가라. 부디 오늘도 안녕히!

칼럼니스트 프로필

김이율 칼럼니스트는 광고회사 ‘제일기획’, ‘코래드’ 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했다. 현재는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미래를 읽는 통찰로 책 집필에 전념하고 있으며 더불어 책쓰기 코칭 및 인문학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너만 바라보며 언제나 따듯한 봄날이었지』『가슴이 시키는 일』『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과거에게 먹이를 주지 마라』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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