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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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정헌희 기자] 인스타그램에서 수많은 공감과 찬사를 받은 꽃 피우는 작가 김은아의 기억에 마음을 더한 첫 에세이집이 출간됐다. 스스로 지켜오고 살아내는 환한 우리들에게 작가는 말한다. “괜찮아, 모든 순간에 꽃은 피니까”

이 책 『모든 순간에 꽃은 피듯이(새로운제안, 2021)』은 20대와 30대를 통과해가는 평범한 여성의 이야기다. 자신을 잃어가는 듯한 직장 생활, 사랑하지만 찾아온 이별 등 고달픈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꽃처럼 피워가는 이 시대 청춘의 모습을 향기롭게 담고 있다.

▷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남의 일 같지만은 않은 요즘 우리의 이야기

입사와 퇴사, 누군가를 사랑한 만큼 아팠던 기억에는 당시의 감정이 아련한 향기와 빛깔로 물들어 있고, 지금의 우리는 그때의 순간을 예전보다 여유롭고 유연하게 바라볼 수 있다. 꽃처럼 아름다운 시간이 아니었다 해도 그때를 바라보는 지금의 시선이 아름답다면 우리의 삶은 분명 자라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는 저자의 단편적인 기억을 담고 있으며 그 순간의 공기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성장해갔을 꽃과 식물, 나무의 순수함을 글로 써 내려갔다. 꽃과 함께 적은 꽃말은 기존의 꽃말에서 벗어난, 감정이 이입된 짧은 시나 글귀에 가깝다.

몇 마디 위로보다 꽃 한 송이 선물 받고 싶을 때가 있듯, 그 생기와 투명한 빛깔을 바라보노라면 마음에까지 자연스레 향기가 스며든다. 하나의 단단한 뿌리 속에서 각자의 새잎을 올리는 식물처럼, 당신의 마음에도 한 송이 꽃이 피었기를 바란다.

<책 속으로>

“퇴근 시간이 30분가량 남았지만 무슨 일부터 해야 할지 망설여졌다. 수두룩하게 쌓인 이메일을 클릭하며 할 일을 메모하다 부질없는 것 같아 수첩을 덮어버렸다. 데스크에 놓인 램스이어 잎사귀만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두툼한 이파리는 하얀 솜털로 뒤덮이기는 했지만 힘줄처럼 강하고 뚜렷한 잎맥을 그려나갔다. 어딘가로 뻗어나가는 자아처럼. 그럴 때면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복하지 않은 건 열심스레 살지 않아서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점점 희미해져 가기 때문이라고.(p.36)”

“점심을 먹고 조금이라도 바깥 공기에 몸을 담그고 싶었던 나는 담배꽁초가 수두룩한 쓰레기통 옆 화단에 쭈그리고 앉아 볕을 쬐었다. 화분 위로 색색이 물든 형형한 꽃을 흐리멍덩한 눈으로 살펴보던 순간은 무언가가 파쇄되지 않은 유일한 시간이었다. 어깨를 다독이는 햇살 아래에서 환하고 진한 주황빛 메리골드는 눈이 부셔 눈물이 고일 정도의 환희를 내뿜었다.(p.128)”

“차가워진 바람에 몸이 선득한 주말, 대화 없이 멀뚱하게 영화를 보고 그냥 헤어지기 뭐해 저녁을 먹기로 했다. 손님이 간간이 있는 고깃집에 들어가 불판을 마주하고 앉았다. 서울의 가시거리가 어땠고, 일은 얼마나 피곤했으며, 몇 시에 잠을 자는가 하는 이야기들을 온기가 도는 탁자 위에 하나씩 꺼내놓았다. 그렇게 밋밋한 일상을 말하고 끄덕끄덕 들어준다는 건, 대화가 지겹지만은 않았다는 건 서로를 조금씩 마음에 들이는 일이었다. 딱딱했던 두 마음이 달구어진 석쇠 위를 오가며 점점 노글노글해졌다.(p.150)”

“만남이 끊기고 프리랜서 일이 끊겼지만 최소한의 일상을 덤덤히 지켜내면서 더는 가로수의 잎새처럼 흔들리지 않는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새벽에 일어나 잠들기 전까지 글을 쓰며 지나온 일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실리적인 효용 가치로 본다면 실패를 기록하는 일에 가까웠다. 잡일을 했고, 퇴사가 잦았고, 승진이 더뎠으며, 뭐 하나 내세울 만한 게 없었다. 쓰레기 더미에 죄다 쑤셔 넣어야 하는 순간만 넘쳐났다.(p.253)”

김은아 작가 [사진출처=김은아]
김은아 작가 [사진출처=김은아]

한편 이 책 『모든 순간에 꽃은 피듯이』의 저자 김은아는 20대에 회사 무늬만 보고 입사했다 스스로 납작해져 네 번의 퇴사를 했다. 서른 살에 적금을 탈탈 털어 영국 유학을 홀홀 떠났다. 그 뒤 인생에는 정해진 답이 없고 스스로 묻고 물어 맞는 길을 찾아가는 것이 정답이라고 여기는 감성적 모험주의자가 됐다.

귀국 뒤 아름답지만 육체노동이 심한 직업으로 산전수전을 겪어 인생의 굳은살이 단단하게 박였다. 현재는 강의하고 글을 쓰는 프리랜서이며, 한 송이 꽃을 보듯 고운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이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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