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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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유현심 칼럼니스트] Q. 우리 혜인이(가명)는 지금까지 정말 온순했고, 늘 엄마에게 다정했던 아이였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걸핏하면 싸움을 걸어오네요. 그럴 때마다 마음이 얼마나 상하는지 모릅니다.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이젠 머리가 좀 커졌다고 엄마의 말투가 잘못됐다며 가르치려고 들지 않나, 엄마를 위해 다니고 있는 것처럼 툭하면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마다 아이에게 해주고 있는 온갖 지원을 모두 끊겠다고 엄포를 놓게 돼요. 그런데 엄마라 그런지 돌아서면 바로 후회하게 되고, 오히려 아이가 정말 학원을 그만두겠다고 할까 봐 걱정하게 되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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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혜인이 어머니의 고민을 들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일로 싸우게 되는지 물었다.

혜인이 어머니는 아이의 미래를 위해 어릴 때부터 영어 학원은 물론이고 수학·피아노·미술 등등 정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데, 최근 아이가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학원 숙제도 제대로 안 해가고 걸핏하면 학원을 그만두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학원을 그만두게 되면 어떤 점이 가장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으니 그나마 학원에 가 있으면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하게 되는데, 학원을 다니지 않게 되면 남들보다 모든 면에서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했다.

많은 부모가 자녀를 사랑한다는 명목하에 자녀가 남부럽지 않게 보란 듯이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의 미래를 부모 마음대로 계획하고 계획한 대로 밀고 나간다. 아이의 인생 로드맵을 부모가 대신 짜주고 거기에 자녀를 끼워 맞추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이 초등학생일 때까지는 온순하게 부모 말을 잘 따르지만, 언제까지나 부모의 마음대로 따라 주지는 않는다. 자신이 낳고 길러온 자녀를 소유물처럼 여기려는 부모와 부모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정체성을 찾는 자녀. 그때부터 부모와 자녀 관계는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되는 것이다.

△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 화는 절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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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에 접어든 아이와 이런 갈등 속에서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폭발적으로 화를 내게 될 때가 있다. 지금까지 고분고분하던 아이가 말꼬리마다 ‘~거든’을 붙이며 존댓말도 아니고 반말도 아닌 이상한 말버릇을 보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리 화가 나도 폭발적으로 화를 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화를 표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화를 표출하고 나면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다. 화를 내다보면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화는 아이를 응징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자 가장 나쁜 방법이다. 화를 표출하기 시작하면 화에 이르는 지름길이 뚫려 작은 빌미만 생겨도 불같이 화를 내게 된다. 올라오는 화를 잠재우려면 일단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좋다. 그다음 심호흡으로 폭발할 것 같았던 열기를 가라앉힌다. 그러고 나서 자신이 화난 이유가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인지 생각해보자.

혹시 자녀를 내 소유물로 여기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닌지 반성해보고, 아이가 반발하는 것은 성장하고 있는 증거임을 알아차리자.

△ 아이가 성장하고 있음을 기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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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이와 같이 자녀가 부모의 일방적인 태도에 반발하는 모습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스스로 생각할 힘이 생긴 것이고 자신이 어딜 향해 가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몸집이 커지고 생각하는 힘이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생각 없이 언제까지나 주어지는 대로 이끌려 다니는 아이를 오히려 걱정해야 한다. 그런 아이는 부모의 절대적인 권위에 눌려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무기력한 아이가 되기 쉽다. 언제까지나 부모가 자녀의 삶을 책임 지거나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성장통이 동반되더라도 아이는 서서히 독립을 향해 나아가야만 한다. 부모는 지금까지 자녀가 부모 말을 거역하지 않고 온순하게 따라주었기에 그런 평온한 상황이 지속되기를 원한다. 균형이 깨지는 것은 혼란스럽고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집 아이는 몰라도 내 아이는 ‘부모 말에 순종하는 온순한 아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우리나라 부모들의 그릇된 자만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의 반항은 우리 집에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가정의 평온함이 깨지고 혼란과 고통이 동반되더라도 아이의 반항은 성장하고 있는 증거라는 것을 믿고 기쁘게 받아들이자.

* 다음 칼럼부터 자녀를 크게 성장시키는 부모-자녀 대화법을 연재할 예정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유현심 칼럼니스트는 부모교육 전문가, 하브루타 독서토론 전문가이자 ‘한국형 하브루타 ZINBOOK 독서토론’ 개발자로 하브루타 독서코칭 지도사, 메타인지 진로 학습코칭 지도사를 양성하는 ㈜코리아 에듀테인먼트, 진북 하브루타 연구소 대표를 맡고 있다. 큰 아이와의 사춘기 갈등을 신앙과 하브루타식 대화법으로 치유한 경험을 토대로 ‘부모의 변화’, ‘우리나라의 교육 방법 변화’를 통해 ‘청소년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힘찬 포부를 안고 전국을 뛰어다니며 교사연수, 학부모강좌, 청소년 교육 등에 매진하고 있다.

저서로는 『유대인에게 배우는 부모수업』, 『하브루타 일상수업』, 『진북 하브루타 독서토론』, 『메타인지 공부법』, 『진로독서 인성독서』, 『독서토론을 위한 10분 책읽기 1~2』, 『진로독서를 위한 10분 책읽기 1~4』,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창의독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독서동아리』 등 20여권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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