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힘든 시기의 긴급처방 인생명언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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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강사신문 남인숙 칼럼니스트] Q. 저는 30대 중반 여성이고 너무 막막해서 사연 올립니다.

제가 대학때 방황을 좀 했고 오랜 기간이 걸려 졸업을 하고 나서 취업을 했는데 직장생활에 적응을 못했습니다. 사회성이 없는 건지 일머리가 없는 건지 직장 두 곳에서 왕따 비슷한 게 있어서 지금은 백수로 지내고 있습니다. 취업을 다시 알아보는 게 맞는건데 코로나 시국에 일자리도 마땅치 않고 지옥 같던 직장생활 생각하면 알아보고 싶지도 않고 마음이 복잡합니다.

제가 이래서인지 남자친구도 저를 무시하고 해서 싸웠는데, 아무래도 잠수이별을 당한 것 같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제 자신이 원망스러우며 매일 밤마다 그냥 내일 아침이 오지 않으면 좋겠다 생각합니다. 이런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A. 우선 사연자님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시지요?

사연에 그런 말씀은 없으신 건 보니까 건강하신 것 같습니다. 그럼 괜찮습니다. 분명히 지금보다 상황을 나아지게 하실 수 있습니다.

30대 중반이면 뭔가 시작하기에 늦었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 나이고, 이때 뭔가 잘 안됐다 싶으면 다 끝났다고 본인이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주변을 보면 뭘 시작해도 다 할 수 있는 시기예요. 제가 위로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현실이 그렇습니다.

우선 본인 마음을 케어하면서 내 자아를 단단하게 일으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게 되어야 눈이 트이거든요. 마음이 막혀있으면 눈을 뜨고도 장님이 됩니다. 내가 해야할 일, 내가 잡을 수 있는 기회들, 주변의 좋은 사람들, 반대로 피해야 할 일들, 이런 게 하나도 안보이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 바로 실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는 응급처방 몇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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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내 주변을 정리하세요

이렇게 힘들 때는 복잡하고 어려운 것을 시도하면 안 됩니다. 먼저 간단한 것부터 하시는 겁니다. 인생을 바꿀 때 가장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좋은 게 환경을 바꾸는 것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보통 청소를 이미 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씀하시기도 하는데요, 청소와 정리는 다릅니다. 필요 없는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환경에서 아무리 청소해봤자 별로 변하는 게 없습니다.

사람이 최소한으로 확보해야 하는 공간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 공간이라는 것은 상황이 닿는 한 넓을수록 좋습니다. 짐이 많이 차지해서 내가 쓸 수 있는 여분공간이 좁아지면 심리적으로 여유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나는 짐 별로 없는데? 별로 사지 않아서 물건도 없는데?”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저도 예전엔 그런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살면서 시간이 흐르면 누구나 버려야할 물건들이 쌓이게 되어 있습니다. 제 경우는 보통 사람들보다 수시로 정리를 하는데 그래도 한 번 정리할 때마다 버릴 물건들이 우르르 나옵니다. 제 경우에는 2년 안 쓴 물건이 있는데 다시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냥 버리거나 중고로 정리합니다. 필요하면 그때 가서 다시 사기로 하고 그 결정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그 물건들을 보관하면서 공간을 차지하는 것도 다 비용이거든요.

한꺼번에 온 집안 물건 다 정리하겠다고 생각하면 못합니다. 저는 한 번에 한 섹션을 정리합니다. 오늘은 여기 하나만 정리하자, 하고서 서랍장을 빼들고 앉아 음악을 틀고 정리하는 식이지요.

제가 가장 인생에서 힘들었을 때도 정리를 했고 그러면서 훨씬 나아졌습니다. 인생이 안 풀리고 가슴이 답답했는데 큰맘먹고 덜 필요한 물건들을 버리거나 중고로 팔아치웠지요. 그때는 그게 나름대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저 자신이 무모하게 느껴질 정도였지요.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집이 넓어지고 물건에 치이지를 않게 되었습니다. 물건 수납도 헐렁해지니 필요한 물건도 찾기 쉬워지고 삶이 단촐해졌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리해서 인생 확 풀렸다기보다는 점층적인 형태로 마음이 가벼워지고 앞으로의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기에, 지금은 훨씬 살림 규모가 커졌는데도 집에서 생경한 물건을 발견하게 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를테면, ‘어? 우리집에 이런 게 있었던가? 내가 언제 이런 걸 샀지?’ 이런 식이요. 지금도 저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리를 합니다. 정리가 제 인생을 구했다고 믿으면서요.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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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변 사람을 바꾸세요

사람이 변하지 않는다지만 때로 성격 일부가 크게 바뀌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던 시점이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문학을 했던 사람이고 기본적으로 우울성향이 좀 있는 편입니다. 힘든 일, 우울하 일이 있으면 그걸 혼자 슬퍼하면서 자기연민에 빠지고 세상을 원망하는 부류의 청춘이었지요. 그러던 제가 어쩌다 친구들에 휩쓸려 한 동아리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곳에 인간 장르로 따지자면 ‘자기계발적인’ 분들이 많았던 거예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고, 꿈을 향해 달리고,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일의 힘을 굳게 믿는 사람들 말입니다.

당시 시니컬한 문학도였던 제게는 그 사람들이 유치해 보였어요. 그런데 쭉 지켜보다 보니 그 사람들이 말하고 꿈꾸던 대로 일이 돌아가는 걸 목격하게 되더라고요. 모든 것들이 짧은 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보다 큰 일들이 예상보다 빨리 되어가는 것들을 목격합니다.

그때 처음으로 ‘아, 이런 세상이 있구나, 이게 되는거구나!’ 그걸 알게 되었습니다. 제 성장과정에서는 그런 사람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거든요. 안될 것 같은 일도 된다고 말해준 사람이 없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안될 것 같은 일들도 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바꾸려면 주변 사람들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살게 된 이후 어쩌다보니 주변에 훌륭한 분들이 주변에 아주 많아졌는데, 맨손으로 스스로 인생을 바꾼 분들 사이에서만 일을 하고 개인적으로 교류를 하게 되는 삶을 꽤 오래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오랜만에 평범한 자기부정과 모든 꿈을 허황된 것으로 보는 시선을 가진 분들과 만남을 가졌더니, 제가 그동안 얼마나 달라져왔는가가 실감되었습니다. 솔직히 그들 사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힘이 들었습니다.

누군가하고 친해지고 교류하는 단계까지는 무리이고 권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그저 사연자님도 에너지가 좋은 분들하고 소통하시면서 섞여보시면 좋겠어요. 주변에 세상 원망하고 다 안된다고 생각하고 불만도 많은 분들은 당분간 거리를 좀 두시면 좋겠습니다.

‘주변에 긍정적이고 열심히 사는 사람 없는데요? 그럼 혼자 지내나요?’

이 질문에는 이렇게 답하겠습니다. 부정적인 사람하고 교류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혼자가 나을 것 같다고요. 에너지가 많고 밝은 사람들, 뭘 좀 해보려고 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그저 섞여만 있으셔도 좋을 듯 합니다.

그런게 구체적으로 어딘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개인의 필요에 따라 그런 집단의 성격도 달라지는데다가 요즘은 온라인으로 찾으려면 다 찾아지지요. 조금만 적극적으로 용기를 내보시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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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변 사람들한테 좋은 일을 해보세요

아들러라는 심리학자 아시죠? 프로이드, 융, 이런 분들하고 더불어 3대 심리학 대가인 그분 말입니다. 아들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우울증을 2주만에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와 우울증 그게 얼마나 고치기 힘든건데 아실만한 분이 이렇게 말했을까요? 그 방법이 뭐였냐면, ‘하루에 한번 씩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해줄까 생각해서 실천하기’ 이거였어요. 이걸 하루에 한번씩 2주 동안 매일 하면 우울증이 사라진다는 거예요. 무슨 치료법이 이따위야? 이러실 수 있는데 이게 근거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요즘 동생이 우울해 보이는데 어떻게 하면 기분 좋게 해줄까? 이러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잖아요.

'동생이 떡볶이를 좋아하는데 그걸로 사줄까?' '요즘 로제떡볶이가 유행이라는데 그거 좋아하려나?' '로제떡볶이가 어디가 맛있더라? 그걸 언제 사오지?' 진짜 상대방을 기쁘게해 줄 의도가 있으면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어요. 그럼 무슨 일이 생기는 줄 아세요?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덜하게 돼요. 아들러의 처방의 핵심이 그거예요.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해주려고 하다보면 나 자신에 대해서 생각을 안 하게 되는 거! 우울은 기본적으로 나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는 데에서 와요. 사연자님도 무기력하고 행동하기 힘드시고 한 게 이 이유가 분명 있을 거예요.

'나는 이 나이까지 뭐했지?' '나는 왜 이렇게 못났지? 내가 잘하는 게 뭐지?' 하루 종일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들거라는 거예요.

인생을 신나게 사는 사람들 특징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너무 깊게 생각하지 않아요. 아들러의 처방대로 뭘 돌려받거나 칭찬 듣거나 이런 거 전혀 기대하지 않고 주변 사람을 위해서 뭘 해줄까 고민해서 행동으로 실천하는 거 한 번 해보세요. 저 역시 그 수혜자 중 한 사람입니다.

제가 살면서 제일 힘들던 시기에 이유 없이 사람들한테 친절을 베풀었던 적이 있었어요. 제가 이런 인과관계를 알던 시기는 아니라 단순히 뭔가 포기하는 기분으로 베풀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게 쌓이니까 의외로 상대방이 아니라 저한테 힘이 되더라고요. 제가 그 시기에 잘 모르는 사람들한테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나중에 그 긴 인생 암흑터널에서 빠져나온 것도 그 축복이 쌓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사연자님도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 한번 실천해 보세요.

칼럼니스트 프로필

남인숙 칼럼니스트는 에세이스트이자 소설가이다. 2004년 출간된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시리즈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8개국에서 380여 만 부가 팔려나가면서 1세대 한류 작가이자 ‘아시아의 여성 멘토’로 부상했다. 이후 인생과 여성에 대한 명료하고 유쾌한 조언을 담은 저술과 강연활동 등으로 한국과 중국 등에서 꾸준히 사랑 받고 있다.

저서로는 에세이 <여자의 모든 인생은 자존감에서 시작된다>, <여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1,2>, <어쨌거나 남자는 필요하다>, <나는 무작정 결혼하지 않기로 했다>, <내 마음의 구급상자>, <서른에 꽃피다>, <여자, 거침없이 떠나라>, <여자, 그림으로 행복해지다>, <남자의 모든 인생은 20대에 결정된다>, <나는 아직 내게 끌린다>,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겠어> 소설 <안녕,엄마>, <인공태양> 이 있다.

<MBC TV특강>, EBS <숨은한국찾기>, MBN <동치미>, KBS <명사들의 책읽기>, SBS <이숙영의 파워FM>, <책하고 놀자>, MBC<정오의 희망곡> 외 다수 방송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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